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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한 시간의 엇갈림, 미미한 지체가 언제나 내 감정과 사건과를 전혀 다른, 마치 그것이 본질적으로 무관한 듯한 상태로 바꾸어 버린다. 나에게 슬픔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어떠한 사건이나 동기와도 관련 없이, 돌발적으로, 이유도 없이 나를 엄습하리라...

...또다시 나는 이러한 모든 사실을 눈앞의 새 친구에게 설명하지 못하고 말았다. 쓰루카와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넝말, 별난 친구로군."

그가 입은 셔츠의 하얀 복부가 파도쳤다. 그 위에 움직이고 있는 햇살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이 친구 셔츠의 주름살처럼, 내 인생은 주름살투성이다. 하지만 이 셔츠는 어째서 이토록 하얗게 빛나는 것일까, 구겨져 있는데도... 혹시나 나도?

속세와는 관계없이, 선찰은 선찰의 관습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여름이라서 매일 아침 늦어도 5시에는 기상한다. 기상하는 것을 개정이라고 한다. 일어나면 곧바로 조과인 독경이다. 삼시회향이라 하여, 세 번 읽는다. 그리고는 옥내 청소를 하고, 걸레질을 한다. 아침 식사는 죽좌이다.

죽유십리

요익행인

과보무변

구경상락

이 죽좌의 경을 읽고, 죽을 먹는다. 식후에 풀뽑기, 마당 청소, 장작 패기 등의 작업을 한다. 학기가 시작되면, 그 일을 끝낸 다음 학교에 갈 시간이 된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곧 약석이다. 그 다음에 이따금, 주지가 경전 강의를 해 주는 일이 있다고 한다. 9시에는 개침, 즉 취침을 한다.

내 일과는 이상과 같으며, 매일 기상하는 신호는 주방 담당인 전좌가 울리며 다니는 종소리였다.

금각사, 즉 녹원사에는 본디 12__13명의 사람들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소집이나 징병으로, 70세가 넘은 안내원과 접수원, 60세에 가까운 취사부 이외에는, 집사, 부집사, 그리고 우리 도제들 3명이 있을 뿐이었다. 노인들은 이끼가 낀 산송장이나 다름이 없고, 소년들은 요컨대 아직 어린애였다. 집사를 부사라고 하는데, 회계일로 항상 바빴다.

며칠 후, 나는 주지--우리는 그를 노사라고 불렀다--의 방에, 신문을 갖다 주는 역할을 맡았다. 신문이 오는 것은 조과가 끝나고, 걸레질이 끝날 무렵의 시간이었다. 적은 인원으로 짧은 시간에 방이 30개나 되는 절간의 복도를 닦자니, 자연히 일을 대충대충 하게 된다. 현관에서 신문을 집어, 사환 방 앞의 복도를 지나, 객실 뒤쪽을 한 바퀴 돌아, 중간 복도를 건너서, 노사가 있는 대서원까지 간다. 거기까지의 복도는, 적당히 마르겠지 하는 생각에, 양동이의 물을 거의 퍼붓다시피 하며 걸레질을 하기 때문에, 바닥의 움푹한 곳에는 군데군데 물이 고인 채로 아침 햇살에 반사되며 발목까지 적신다. 그것이 여름철이라, 기분 좋게 느껴진다. 하지만 노사의 방문 밖에 무릎을 꿇고, "신문입니다."

하고 알린 후,

"으응."

하는 대답을 듣고서 방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젖은 발을 승복의 옷자락으로 재빨리 닦아 두는 비법을, 나는 동료들로부터 배웠다.

나는 인쇄 잉크가 내뿜는, 속세의 선명하고 강렬한 냄새를 맡으며, 신문의 큰 표제를 흘낏흘낏 들여다보면서 복도를 바삐 걸었다.

이상하게 여겨질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나는 금각을 공습과 결부시켜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사이판이 함락된 이후로 본토 공습도 불가피하게 되었기에 교토 시의 일부에도 강제 소개령이 내려졌으나, 그래도 금각이라는 반영구적인 존재와 공습이라는 재앙과는, 나의 내부에서 서로 무관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금강불괴의 금각과 과학적인 불과는 서로 이질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마주치더라도 서로 슬쩍 몸을 비킬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머지 않아 금각은, 공습의 불길에 타 없어질지도 모른다. 이대로 간다면, 금각이 재로 변할것은 확실하였다.

...이러한 생각이 싹트면서, 금각은 다시금 그 비극적인 아름다움을 더하여 갔다.

내일이면 학교가 시작되는, 여름 방학의 마지막 날 오후였다. 주지는 부집사를 동반하여, 어딘가의 법사를 부탁받아 외출하고 없었다. 쓰루카와는 나에게 영화 보러 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기에, 그도 곧 포기하였다.

쓰루카와에게는 그런 점이 있었다.

우리 둥은 몇 시간의 휴식을 얻어, 카키색 바지에 각반을 두르고 린자이 학원 중학교의 제모를 쓰고는 본당을 나섰다. 햇볕이 뜨거운 여름철의 대낮이라, 관람객은 한 사람도 없었다.

"어디로 갈까?"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하여, 어딘가로 가기 전에 금각을 차분히 봐두고 싶어, 내일부터는 이 시간에 금각을 볼 수 없을 테고, 우리가 공장에 가 있는 사이에 금각은 공습으로 불타 버릴지 몰라, 하고 말했다. 나의 우물거리는 대답은 중간중간 더듬거렸고, 쓰루카와는 그 동안에 질린 듯이 답답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그것밖에 이야기하지 않았는데도 내 얼굴에는, 무언가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고 난 다음처럼 심하게 땀이 흘렀다. 금각에 대한 나의 기묘한 집념을 털어놓은 상대는 오로지 쓰루카와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듣고 있는 쓰루카와의 표정에는, 나의 더듬거리는 말을 알아들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초조감이 있을 뿐이었다.

나는 이러한 얼굴에 직면한다. 중요한 비밀을 고백할 때에도, 미에 대한 격렬한 감동을 호소할 때에도, 자신의 내장을 꺼내어 보여주는 듯한 경우에도, 내가 직면하는 것은 이러한 얼굴이다. 인간은 평소에 인간을 향하여 이러한 얼굴을 하면 안된다. 그 얼굴은 더할 나위 없이 충실히, 나의 우스꽝스러운 초조감을 그대로 흉내내어, 마치 나의 무시무시한 거울처럼 변하여 있었다. 아무리 잘생긴 얼굴이라도, 그럴 때에는, 나와 똑같이 추한 얼굴로 변모한다. 그것을 본 순간, 내가 표현하려고 생각했던 중요한 것들은, 기왓장이나 다를 바 없는 무가치한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쓰루카와와 나 사이에는, 여름철의 강렬한 직사광선이 있었다. 쓰루카와의 젊은 얼굴은 기름기로 번질거렸고, 햇빛 속에서 속눈썹이 하나하나 금빛으로 불타올랐으며, 찌는 듯한 열기로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내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말을 끝냈다. 끝냄과 동시에 화가 치밀었다. 쓰루카와는 처음 만난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내가 말더듬이라는 것을 놀려대려고 하지 않았다.

"왜지?"

나는 그렇게 다그쳤다. 동정보다도, 비웃음이나 모멸 쪽이 훨씬 내 맘에 든다는 사실은, 수차 언급한 바와 같다.

쓰루카와는 더없이 다정한 미소를 띠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난, 그런 건 조금도 상관하지 않는 성격이거든."

나는 놀랐다. 시골의 거친 환경에서 자란 나는, 이러한 종류의 다정함을 몰랐다.

나라는 존재로부터 말더듬 증세를 제외하더라도, 여전히 나일 수 있다는 발견을, 쓰루카와의 다정함이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나는 홀딱 발가벗겨진 상쾌감을 몸 전체로 느꼈다. 쓰루카와의 기다란 속눈썹에 둘러싸인 눈은, 나에게서 말더듬 증세만을 여과시켜, 나를 받아들이고 바로, 나라는 존재를 말살당하는 것이다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