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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정의 조화와 행복을 느꼈다. 그때 보았던 금각의 정경을 내가 오랫동안 잊지 못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우리 둘이는, 꾸벅꾸벅 졸고 있는 접수 담당 노인의 앞을 지나, 인적이 없는 길을 담벼락 따라 바삐 걸어서, 금각 앞으로 갔다.

...나는 생생히 기억할 수 있다. 연못가의 한구석에, 각반을 두르고 흰 셔츠를 입은 소년 둘이서 어깨동무를 하고 서 있다. 그 두 사람 앞에, 금각이, 아무것에도 가로막히지 않은 채 존재하고 있었다.

마지막 여름, 마지막 여름 방학, 그 마지막 하루...우리들의 젊음은 어지러울 정도의 벼랑 끝에 서 있었다. 금각도 역시 우리들과 같은 벼랑 끝에 서서, 대면하고 대화하였다. 공습에 대한 기대가, 이처럼 우리들과 금각을 가깝게 만들었다.

늦여름의 고요한 일광이 구경정의 지붕에 금박을 입히고, 곧바로 내리쏟는 빛은, 금각의 내부를 밤과 같은 어둠으로 가득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는 이 건축의, 불후의 시간이 나를 압박하며, 나를 멀리하고 있었으나, 머지않아 소이탄의 불에 타 버릴 그 운명은, 우리들의 운명으로 접근해 왔다. 금각은 어쩌면 우리들보다 먼저 멸할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금각은 우리들과 같은 생을 살고 있는 듯이 여겨졌다.

금각을 에워싼 소나무의 산들은 매미소리로 가득하였다. 셀 수 없이 많은 보이지 않는 중들이 소재주를 외고 있는 것처럼. "갸갸. 갸키 갸키. 운눈. 시후라시후라.

하라시후라하라시후라."

이 아름다운 것이 머지 않아 재가 되리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에 따라서, 심상의 금각과 현실의 금각은, 생견을 대고 덧그린 그림을 원래의 그림 위에 겹쳐 놓듯이, 서서히 그 세부가 서로 겹치어, 지붕은 지붕에, 연못으로 돌출한 수청은 수청에, 조음동의 난간은 난간에, 구경정의 화두창은 화두창에 겹쳐지게 되었다. 금각은 이미 부동의 건축이 아니었다. 그것은 소위 현상계의 덧없는 상징으로 바뀌었다.

현실의 금각은, 이렇게 생각하니, 심상의 금각과 다를 바 없이 아름답게 보였다.

내일, 하늘에서 불이 떨어지면, 그 가느다란 기둥, 그 우아한 지붕의 곡선은 재로 변하여, 두 번 다시 우리들 눈에 띄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눈앞에는, 섬세한 모습이, 여름의 불덩이 같은 빛을 흠뻑 받으며, 태연자약하게 있었다.

산모퉁이에는 아버지가 침경을 외는 동안 내가 눈가에 느꼈던 것과 같은, 여름 구름이 위엄 있게 솟아 있었다. 그 구름은 울적한 빛은 머금은 채 이 섬세한 건축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금각은 이토록 강렬한 늦여름의 햇살 아래서는, 세부의 정취를 잃고, 내부에 컴컴하고 차가운 어둠을 품은 채, 다만 그 신비한 윤곽으로 번쩍이는 주위의 세계를 거부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리고 꼭대기의 봉황은 홀로, 태양에 비틀거리지 않으려고 날카로운 발톱을 세워 대좌를 꽉 붙잡고 있었다.

나의 기나긴 웅시에 질린 쓰루카와는, 발 밑의 돌멩이를 주워서 멋진 투수 폼으로 그것을 연못에 비친 금각의 투영 한가운데에 던졌다.

파문은 수면의 물풀을 밀며 번져 나가더니 순식간에 아름답고 정교한 건축을 무너뜨렸다.

* * *

그로부터 전쟁이 끝날 때까지의 1년간이, 내가 금각과 가장 친했고, 그 안부를 걱정하며, 그 아름다움에 빠졌던 시기이다. 다시 말해서, 금각을 나와 같은 높이까지 끌어내려, 그러한 가정하에, 두려움 없이 금각을 사랑할 수 있었던 시기이다. 나는 또한 금각으로부터 나쁜 영향, 혹은 그 독을 받지 않았다.

이 세상에 나와 금각에게 공통되는 위험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고무하였다.

미와 나를 연결시키는 매체를 발견한 것이다. 나를 거절하며 나를 소외시키고 있는 듯이 여겨졌던 것과의 사이에, 다리가 놓였다고 느꼈다.

나를 태워 죽일 불이 금각도 태워 없애 버리라는 생각은, 나를 거의 도취시켰다.

똑같은 재앙, 똑같은 불의 불길한 운명 아래에서, 금각과 내가 사는 세계는 거의 동일한 차원에 속하게 되었다. 나의 연약하고 보기 흉한 육체와 마찬가지로, 금각은 단단하면서도 불타기 쉬운 탄소의 육체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때로는, 도망치는 도둑이 고귀한 보석을 삼켜서 숨기듯이, 내 육체의 속, 내 조직 속에 금각을 숨겨 갖고 도망칠 수도 있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1년간, 내가 경도 배우지 않고 책도 읽지 않고, 매일같이 수신과 교련과 무도, 그리고 공장이나 강제 소개를 도우며 지냈다는 사실을 생각해 주기 바란다.

나의 꿈꾸기 좋아하는 성격은 더욱더 그러한 성향을 더해 갔고, 전쟁 덕분에 인생은 나로부터 멀어져 있었다. 전쟁이란 우리 소년들에게 있어서, 단순히 꿈처럼 실속 없이 바쁜 체험이며, 인생의 의미로부터 차단된 격리 병실과도 같은 것이었다.

쇼와 19년(1944) 11월, B29의 도쿄 폭격이 있었던 당시는, 교토 역시 내일이라도 공습을 당할 듯이 여겨졌다. 이 도시는 너무도 낡은 것들을 원래의 모습대로 지키고 있었고, 수많은 신사나 불당들은 그 속에서 생겨났던 작렬하는 재의 기억을 잊고 있었다. 오닌의 난이 얼마나 이 도시를 황폐시켰는가를 상상하면, 나는 교토가 너무나 오랫동안 전화의 불안을 잊고 있었기에, 그 아름다움의 일부를 상실 한 것이리라고 생각하였다.

내일이야말로 금각이 불타리라,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 형태가 사라지니라... 그 순간 꼭대기의 봉황은 불사조처럼 되살아나 날아가리라, 그리고 형태에 속박되어 있던 금각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닻에서 벗어나 도처에 모습을 나타내어, 호수 위에도 어두운 바다의 조수 위에도, 희미한 빛을 흩뿌리며 자유로이 떠돌아다니겠지...

기다려도 기다려도 교토는 공습을 당하지 않았다. 이듬해 3월 9일, 도쿄의 번화가가 불에 휩싸였다는 소식을 들었건만, 재화와는 무관히 교토의 상공에는 투명한 초봄의 하늘만이 있었다.

나는 거지반 절망에 빠져서 기다리며, 이 초봄의 하늘이, 마치 반짝이는 유리창처럼 내부를 보여 주지는 않지만, 내부에는 불과 파멸을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믿으려 하였다. 나에게 인간적인 관심이 희박하다는 사실은 이미 기술한 바와 같다. 아버지의 죽음도, 어머니의 빈곤도, 거의 나의 내면 생활을 좌우하지 않았다. 나는 다만 재화를, 큰 파국을, 인간적인 규모를 초월한 비극을, 인간도 물질도, 추한 것도 아름다운 것도, 깡그리 동일한 조건하에서 말살시켜 버릴 거대한 하늘의 압착기와도 같은 것을 꿈꾸고 있었다. 때로는 초봄 하늘의 심상치 않은 광채가, 지상을 덮어 버릴 정도로 커다란 도끼날의 시퍼런 빛처럼 생각되었다. 나는 단지 그 낙하를 기다렸다. 생각할 틈도 주지 않을 정도로 신속한 낙하를.

나는 지금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 원래 내가 암흑의 사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내 관심은, 나에게 주어진 난문은 미뿐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나에게 작용하여 암흑의 사상을 품게 만들었다고는 생각하지 않겠다. 미라는 것만을 골똘히 생각하면, 인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암흑적인 사상에 자기도 모르게 직면하게 된다. 인간은 아마도 그렇게 만들어진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