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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은 짙은 색 찻잔을 받쳐 들고, 여자 앞에 무릎 꿇은 채로 다가갔다. 여자는 젖가슴을 양 손으로 주물렀다.

나는 그 장면을 보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짙은 색 찻잔 속에서 거품을 띄우고 있는 연둣빛 차에, 희고 따듯한 젖이 뿜어나와, 방울을 남기며 잔 속에 담기는 모야, 고요한 차의 표면이 하얀 젖으로 흐려져 거품을 일으키는 모양을, 바로 눈앞에 보듯이 역력히 느꼈다.

사내는 찻잔을 들고, 그 기이한 차를 남김없이 마셨다. 여자의 하얀 가슴도 감추어졌다.

우리 둘은 긴장하여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나중에 차분히 생각하니, 그것은 사관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와 싸움터로 나가는 사관과의, 이별의 의식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하지만 그 당시의 감동은, 어떠한 해석도 불가능하였다. 너무도 넋을 잃고 바라보았기에, 어느 틈엔가 남녀가 방에서 모습을 감추고, 넓은 주홍빛 양탄자만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나는 그 하얗게 돋보이던 옆얼굴과, 더없이 하얀 가슴을 보았다. 그리고 여자가 사라진 뒤, 그날 하루의 나머지 시간도,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나는 집요하게 생각하였다. 분명히 그 여자는, 되살아난 우이코임에 틀림없다고.

제3장

아버지의 1주기가 되었다. 어머니는 기묘한 생각을 해내었다. 근로 동원 중인 나의 귀향이 어렵기 때문이 어머니 자신이 아버지의 위패를 갖고 올라와, 다야마 도센 스님의 독경을 옛 친구의 기일에 단 몇 분이라도 부탁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원래 돈은 없으니, 단지 자비심을 기대하고 스님에게 편지를 보냈다.

스님은 승낙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뜻을 나에게도 전하였다.

나는 그 소식을 기쁜 마음으로 듣지는 않았다. 이제까지, 고의로 어머니에 관하여 붓을 생략해 온 데에는 이유가 있다. 어머니에 관하여는 그다지 언급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모종의 사건에 관하여, 한마디도 어머니를 책망한 적이 없다. 입 밖에 낸 적도 없다. 어머니도 분명히, 내가 그 일을 알고 있다는 사실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그 사건 이래로, 내 마음은 어머니를 용서하지 않고 있었다.

히가시마이즈루 중학교에 입학하여, 숙부 집에 맡겨진 후, 1학년 여름 방학이 되어 처음으로 귀성하였을 때의 일이다. 그 무렵 어머니의 친척인 구라이라는 사내가, 오사카에서 사업에 실패하고 나리우로 돌아왔으나, 그 부인은 자기 소유의 집이라는 이유로 그를 받아 주지 않았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형편이 풀릴 때까지 구라이는 아버지의 절에 기거하게 되었다.

우리 절에는 모기장이 몇 개밖에 없었다. 요행히도 감염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어머니와 내가 결핵인 아버지와 같은 모기장에서 자는 곳에 구라이가 끼여들었다. 나는 여름날 한밤중에 정원수 사이로, 찌릭찌릭 하는 무언가에 얽힌 듯이 짤막한 울음소리를 내며 매미가 날아다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아마도 그 소리에 나는 잠을 깬 듯하다. 파도소리가 높았고 바닷바람은 모기장의 연둣빛 자락을 흔들었다. 모기장의 흔들림이 심상치 않았다.

모기장은 바람에 부풀었다가, 바람을 여과시킨 후, 부자연스럽게 흔들렸다.

그렇기 때문에 바람에 밀리는 모기장의 모양은, 바람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바람과는 관계없이 각도가 변하였다. 다다미를 대나무 잎사귀처럼 비벼 대는 소리는, 모기장 자락이 내는 소리였다. 그러나 바람에 의한 것과는 다른 움직임이 모기장에 전하여져 왔다. 바람보다도 미세한 움직인. 모기장 전체에 잔물결처럼 번지는 움직임, 그것이 성긴 천을 팽팽히 당겨 대며, 안쪽에서 보는 커다란 모기장 전체를 불안으로 가득한 호수의 수면, 안쪽에서 보는 커다란 모기장 전체를 불안으로 가득한 호수의 수면처럼 만들었다. 호수 위에 멀리 떠 있는 배가 일으키는 파도의 첫 도래, 혹은 이미 지나간 배가 남긴 여파의 먼 반영...

나는 조심스레 눈길을 그 근원지로 돌렸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크게 뜬 눈이, 송곳에 찔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4명에게는 비좁은 모기장 속에서, 아버지의 옆에서 자고 있던 나는, 몸을 뒤척이는 사이에 나도 모르게 아버지를 한구석으로 몰아붙였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나와 내가 본 것과의 사이에는, 주름살 투성이의 하얀 시트가 있었고, 내 등뒤에서 웅크린 자세로 자고 있는 아버지의 숨결이 내 목 언저리에 직접 닿았다.

아버지가 잠을 깬 사실을 안 것은, 기침을 참으려는 호흡이 거칠고 불규칙하게 내 등에 닿았기 때문이다. 그때 갑자기, 열세 살인 내가 뜨고 있는 눈은, 크고 따뜻한 물체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다. 나는 곧 알아차렸다. 아버지의 두 손바닥이 등뒤로부터 뻗어나와 내 눈을 가린 것이었다.

지금도 그 손바닥의 기억은 살아 있다.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광대한 손바닥.

등뒤에서 넘어와, 내가 보고 있던 지옥을 순식간에 그 눈으로부터 뒤덮어 가려 버린 손바닥. 타계의 손바닥. 사랑인지, 비애인지, 굴욕 때문인지는 모르나, 내가 접하고 있던 끔찍한 세계를 순식간에 중단시키고, 어둠 속에 묻어 버렸던 손바닥.

나는 그 손바닥 속에서 가볍게 끄덕였다. 양해와 합의가, 내 자그마한 얼굴의 끄덕임으로 즉시 전하여지자, 아버지의 손바닥은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손바닥이 명령하는 대로, 손바닥이 치워진 다음에도, 불면의 아침이 밝아 와서 눈꺼풀이 눈부신 햇살을 통과시킬 때까지, 완고히 눈을 감고 있었다.

--훗날, 아버지의 발인 때에, 내가 그 죽은 얼굴을 보기에 급급하여,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던 점을 상기해 주기 바란다. 그 죽음과 더불어 손바닥의 속박은 해제되고, 내가 오로지 아버지의 얼굴만 바라보는 행위를 통하여 자신의 삶을 확인하였다는 점을 상기하여 주기 바란다. 나는 그 손바닥, 소위 세상 사람들이 애정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하여 이토록 성실한 복수를 잊지 않았지만, 어머니에 대하여는, 그 기억을 용서할 수 없는 것과는 별도로, 나는 여태까지 한 번도 복수를 생각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기일 전날 금각사에 와서 하룻밤 묵게끔 되었다. 기일 당일은 나도 학교를 쉴 수 있도록 주지가 편지를 써 주었다. 근로 동원은 절에서 다니고 있었다. 그 전날이 되자 나는 녹원사로 돌아가기가 무척이나 부담스러웠다.

투명하고 단순한 마음을 지닌 쓰루카와는 오랜만의 어머니와의 대면을 기뻐해 주었고, 절간 동료들도 호기심을 품고 있었다. 나는 가난하고 초라한 어머니가 싫었다. 어째서 내가 어머니와 만나고 싶지 않은가를, 친절한 쓰루카와에게 설명하느라 애를 먹었다. 게다가 그는 공장이 끝나자마자, "자, 뛰어서 돌아가자."

하고 내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내가 전혀 어머니와 만나고 싶지 않다는 건 과장이다. 어머니가 그립지 않을 리가 없다. 단지 나는 육친의 노골적인 애정의 발로에 그립지 않을 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