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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나는 육친의 노골적인 애정의 발로에 직면하기가 싫었기에, 그 때문에 갖가지 이유를 붙여 본 것에 지나지 않을 리가 없다. 단지 나는 육친의 노골적인 애정의 발로에 그립지 않을 리가 없다. 단지 갖가지 이유를 붙여 본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나의 나쁜 성격이다. 하나의 솔직한 감정을 여러 가지 이유를 붙여서 정당화시키는 동안은 좋으나, 때로는 자신의 두뇌에서 만들어 낸 무수한 이유들이 자신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감정을 나에게 강요하게 만든다.

그 감정들은 원래의 내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내 혐오감만큼은 어딘가 정확한 데가 있다. 내 자신이, 혐오해야 할 인간이기 때문이다.

"뛰어 봤자 소용없어. 힘만 들지. 다리를 끌며 가면 된다구."

"그래서 어머님께 동정을 받아, 어리광부릴 작정이로군."

쓰루카와는 언제나 이런 식의 오해로 가득한 나의 해설자였다. 하지만 그는 나에게는 조금도 성가시지 않은, 필요한 인간이 되어 있었다. 그는 나에게 정말로 선의의 통역자, 내 말을 현세의 말로 번역해 주는 둘도 없는 친구였다.

그렇다. 때로는 쓰루카와가, 납에서 황금을 만들어 내는 연금술사처럼 생각되었다. 나는 사진의 음화, 그는 양화였다. 한 번 그의 마음으로 여과되면, 나의 혼탁하고 어두운 감정이 하나도 남김없이 투명한 빛을 발하는 감정으로 변하는 것을, 나는 몇 번이나 놀라움에서 바라보았던가! 내가 말을 더듬으며 주저하고 있는 사이에, 쓰루카와의 손이 내 감정을 뒤집어서 외부로 전하여 준다.

이러한 놀라움에서 내가 배운 것은, 단지 감정에 머물러 있는 한에는, 이 세상의, 최악의 감정도 외선의 감정도 차이가 없다는 것, 그 효과는 마찬가지라는 것, 살의도 자비도 겉보기는 다를 바 없다는 것 등이었다. 입이 닳도록 설명하여도 쓰루카와에게는 이러한 사실들이 믿어지지 않겠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하나의 엄청난 발견이었다. 쓰루카와 덕분에 내가 위선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위선이 나에게는 상대적인 죄에 불과하였다는 점도 이유가 되었다.

교토에서는 공습을 당하지 않았으나, 공장에서 출장 명령을 받고는 비행기 부품의 발주 서류를 갖고 오사카의 본사에 갔을 때, 우연히 공습이 있었기에, 창자가 노출된 공장 노동자가 들것으로 운반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어째서 노출된 창자는 처참한 것일까? 어째서 인간의 내부를 보면 끔찍해서 눈을 가려야만 하는가? 어째서 피의 흐름이 사람에게 충격을 줄까? 어째서 인간의 내장이 추한 것일까? 그것은 매끄럽고 젊음에 넘치는 피부의 아름다움과 완전히 동질의 것이 아닌가? 내가 자신의 추함을 무로 돌리는 이러한 생각을 쓰루카와에게서 배웠다고 한다면, 그는 어떠한 얼굴을 할까? 내부와 외부, 가령 인간을 장미꽃처럼 속도 겉도 없는 물체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이러한 생각이 어째서 비인간적으로 보이는 것일까? 만약에 인간이 그 정신의 내부와 육체의 내부를, 장미의 꽃잎처럼 유연하게 뒤집어 감아서, 햇빛이자 5월의 산들바람에 드러나도록 할 수 있다면...

--어머니는 이미 도착하여 노사의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와 쓰루카와는 초여름 저녁의 툇마루에 무릎을 꿇고서, 지금 돌아왔습니다, 하고 인사하였다.

노사는 나만 방으로 불러들여, 엄니를 앞에 두고, 이 아이는 아주 성실합니다, 하는 내용의 말을 했다. 나는 어머니를 거의 보지 않은 채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깨끗이 빨아 입은 감색 몸빼의 무릎과, 그 위에 놓인 지저분한 손가락이 모였다.

노사는 우리 모자에게 물러가도 좋다고 말했다. 우리는 몇 번이고 인사를 하고는 그 방을 나왔다. 소서원 남쪽의, 안뜰을 향한 두 칸 반짜리 헛간이 내 방이다.

그곳에 단둘이 되자 어머니는 울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되리라고 짐작하고 있었기에, 나는 냉정할 수가 있었다.

"난 이미 녹원사에 맡겨진 몸이니까 출세할 때까지 찾아오지 말어."

"알아, 안다구."

나는 어머니를 잔혹한 말로 맞이하는 것이 기뻤다. 하지만 옛날처럼, 어머니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 점이 답답하였다. 그러면서도 어머니가 자칫 경계선을 넘어 나의 내부로 들어오리라는 사실은, 상상만 해도 두려웠다.

어머니는 햇볕에 탄 얼굴에, 작고 교활하게 보이는 움푹 들어간 눈을 하고 있었다. 입술만은 별개의 생물처럼 빨갛게 윤기가 흘렀고, 시골 사람 특유의 튼튼하고 견고하며 커다란 치열을 하고 있었다. 도회지의 여자라면 짙은 화장을 하여도 괜찮을 나이였다. 일부러 보기 흉하게 하고 있는 듯한 어머니의 얼굴이, 어딘지 모르게 웅덩이의 물처럼 육감을 남기고 있는 것을 민감하게 느낀 나는, 그것을 증오하였다.

노사의 앞에서 물러나 마음껏 울고 난 후, 요번에는 어머니는, 햇볕에 탄 가슴을 풀어헤치고 배급받은 인조 섬유 수건으로 닦았다. 동물과도 같은 빛을 발하는 천으로 만든 수건은, 땀에 젖어서 번쩍일 정도였다.

등산 가방에서 쌀을 꺼냈다. 노사에게 드릴 것이라고 했다. 나는 잠자코 있었다.

이어서 어머니는 낡은 쥐색 솜으로 겹겹이 싼 아버지의 위패를 꺼내어 내 책꽂이 위에 놓았다.

"고맙기도 하지. 내일 스님께 독경을 부탁드리면 아버지도 기뻐하시겠지."

"기일이 지나면 엄마는 나리우로 돌아갈 거야?"

어머니의 대답은 의외였다. 어머니는 그 절의 권리를 이미 남에게 넘겼을 뿐만 아니라, 얼마 되지 않는 논밭도 처분하여 아버지의 요양비로 빌렸던 빚을 모두 청산하고, 이제부터는 맨몸으로, 교토 교외의 가사 군에 있는 백부 집에서 신세를 지기로 이야기해 두고 온 것이었다.

내가 돌아갈 절은 없어졌다! 그 황량한 곶의 마을에는, 나를 맞이할 곳이 없어진 거이다.

이때 내 얼굴에 나타난 해방감을 어머니는 어떻게 생각하였을까? 어머니는 내 귓전에 입을 대고 이렇게 말했다.

"알겠냐? 이제 너한테 절은 없는 거야. 앞으로는, 이 금각사의 주지가 되는 수밖에 없어. 스님께 잘 보여서, 후계자가 돼야지. 알겠어. 엄마는 그것만 낙으로 살고 있으니까."

나는 깜짝 놀라서 어머니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두려워서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방은, 이미 어두웠다. 내 귓전에 입을 가까이하였기에, 이 '자모'의 땀냄새가 내 주위에 풍겼다. 그때 어머니가 웃었던 것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어렸을 때의 젖 먹던 기억, 거무스레한 젖가슴의 기억, 그러한 심상들이, 몹시 불쾌하게 내 속에서 교차하였다. 좋지 못한 야심에 불을 댕길 때에는, 무엇인가 육체적인 강제력과도 같은 것이 있어서, 그것이 나를 두렵게 만드는 듯이 생각되었다. 어머니의 곱슬곱슬한 귀밑머리가 내 뺨에 닿았을 때, 어둠이 깔린 안뜰의 이끼 낀 돌대야 위에서 한 마리의 잠자리가 날개를 쉬고 있는 모습을 나는 보았다. 저녁 하늘은 그 자그마한 원형의 물 위에 비치고 있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이 마치, 녹원사는 그때 사람이 살지 않는 절간처럼 생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