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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나는 어머니를 직시하였다. 매끄러운 입술 언저리에, 금니를 반짝이며 웃고 있었다. 내 대담은 몹시 더듬거렸다.

"하지만, 언젠가는 군대에 끌려가서, 전사하게 될지 몰라."

"바보야. 이런 말더듬이가 군대에 간다면 일본도 끝장이게."

나는 몸을 경직시키며 어머니를 증오하였다. 하지만 더듬거리며 나오는 말은 변명에 지나지 않았다.

"공습으로, 금각이 타 버릴지도 몰라."

"이런 식으로 간다면, 교토에 공습은 절대 없을 거야. 미국이 사양하고 있거든."

나는 대담하지 않았다. 어둠이 깔린 절의 안뜰은 바다 밑과 같은 색으로 변하였다. 정원석들은 심한 격투라도 벌인 듯한 모양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내 침묵에는 아랑곳없이, 어머니는 일어나, 다다미 방을 에워싼 판자 문을 거칠게 바라보며,

"저녁밥은 아직 멀었냐?"하고 말했다

--훗날 생각하니, 이때의 어머니와의 대면은 내 마음에 적잖은 영향을 주었다.

어머니가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고 느낀 것도 이때였고, 어머니의 생각이 처음으로 강력히 나에게 작용한 것도 이때였다.

어머니는 아름다운 금각과는 태어날 때부터 무연한 인종이었지만, 그 대신에 내가 모르는 현실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교토에 공습 걱정이 없으리라는 것은, 내 몽상과는 무관하게, 사실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만약 금각이 공습당할 위험이 앞으로 없다고 한다면, 당분간 내가 살아갈 보람은 사라지고, 내가 살고 있던 세계는 무너져 버리게 된다.

한편, 뜻하지 않았던 어머니의 야심은, 그에 대한 증오심을 느끼게 하면서도, 나를 사로잡았다. 아버지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어머니와 같은 야심에서, 나를 이 절에 보낸 것일지도 몰랐다. 다야마 도센 스님은 독신이었다. 스님 자신이, 선대의 촉망을 받아서 녹원사를 계승하였다면, 나도 마음먹기 따라서는, 스님의 후계자로 지목될지도 몰랐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금각은 내 것이 된다!

내 생각은 혼란스러웠다. 제2의 야심이 부담스러우면, 제1의 몽상--금각이 공습을 당하는 것--으로 돌아갔다가, 그 몽상이 어머니의 명확한 현실 판단에 의하여 깨어지면, 다시 제2의 야심으로 되돌아가는 등, 너무도 이것저것 생각하다 지쳐 버린 결과, 목밑에 빨갛고 커다란 종기가 생겼다.

나는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종기는 뿌리를 내려, 목 뒤에서,뜨겁고 무거운 힘으로 덮쳐 눌렀다. 잠을 깊이 이루지 못하는 가운데, 나는 순금의 후광이 내 목에서 솟아나 머리 뒤를 타원형으로 에워싸려고 조금씩 번지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잠을 깨면, 그것은 못된 종기의 통증에 부과하였다.

마침내 열이 나서 나는 드러누웠다. 주지가 나를 외과 의사에게 보냈다.

국민복에 각반을 찬 외과 의사는, 이 종기에 프룬켈이라는 간단한 이름을 붙이고는, 알코올이 아깝다는 듯, 불에 쬐어 소독한 메스를 들이대었다.

나는 신음하였다. 뜨겁고 답답한 세계가, 내 후두부에서 터지며 오그라들어, 쇠퇴하는 것을 느꼈다...

* * *

전쟁이 끝났다. 공장에선 종전 선언의 낭독을 듣는 동안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다름이 아니라 금각에 관하여였다.

절에 돌아가자마자, 내가 금각 앞으로 달려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참관로의 자갈이 한여름의 햇볕에 달아올라, 내 운동화의 조잡한 고무 바닥이 돌멩이 하나하나에 달라붙었다.

종전 선언을 듣고, 도쿄라면 황궁 앞으로 가겠지만, 교토에서는 아무도 없는 어소 앞에 눈물을 흘리러 간 사람들이 많았다. 교토에는, 이러한 때에 눈물을 흘리러 갈 만한 신사나 불당이 많다. 어느 곳이나 그날은 붐볐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역시 금각사에 오는 사람은 없었다.

뜨거운 돌멩이 위에는, 그리하여 내 그림자만이 있었다. 금각이 저쪽에 있고, 나는 이쪽에 있다고 하는 편이 옳으리라. 이날의 금각을 첫눈에 본 순간부터, 나는 '우리들'의 관계가 이미 변하였다고 느꼈다.

패전의 충격, 민족적 비애 따위에는, 금각은 초연하였다. 혹은 초연을 가장하고 있었다. 어제까지의 금각은 이렇지 않았다. 결국 공습으로 불타지 않았다는 사실, 오는 이후로는 이미 그러한 걱정이 없다는 사실, 이러한 사실들이 금각으로 하여금, 다시금, '옛날부터 나는 여기에 있었고, 미래에도 영원히 여기에 있으리라.'는 표정을 되찾게 하였음에 틀림없다.

내부의 낡은 금박도 그대로, 외벽에 칠한, 여름 햇빛에 빛나는 옻의 보호를 받으며, 금각은 쓸데없이 고귀한 가구처럼 묵묵히 서 있었다. 타는 듯이 푸른 숲 앞에 놓인, 거대하고 텅 빈 장식 선반. 이 선반의 크기에 맞는 장식품은, 터무니없이 커다란 향로라든지, 터무니없이 방대한 허무라든지, 그러한 것들밖에 없으리라. 금각은 그러한 것들을 깨끗이 잃고, 실질을 즉각 씻어 버린 채, 이상하게도 공허한 형태를 그곳에 쌓고 있었다. 더욱 기묘한 것은, 금각이 이따금 보여 주는 미 가운데서도, 이날만큼 아름답게 보인 적은 없었다는 점이다.

내 심상으로부터, 아니, 현실 세계로부터도 초탈하여, 변하기 쉬운 모든 것들과는 무관하게, 금각이 이토록 견고한 미를 보여 준 적은 없었다! 모든 의미를 거절하고, 그 미가 이토록 빛난 적은 없었다.

과장하지 않고 말하겠는데, 보고 있는 내 다리는 떨렸고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언젠가, 금각을 보고 시골에 돌아간 후, 그 세부와 전체가 음악과도 같은 대응으로 울려퍼졌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 내가 듣고 있는 것은 완전한 정지, 완전한 무음이었다. 그곳에는 흘러가는 것, 변화하는 것이 전혀 없었다. 금각은 음악의 엄청난 중지처럼, 울려퍼지는 침묵처럼, 그곳에 존재하며, 우뚝 서 있었다.

'금각과 나와의 관계는 끊겼구나.'하고 나는 생각했다. '이것으로 나와 금각이 같은 세계에 살고 있다는 몽상은 깨어졌다. 다시 원래의, 원래보다 훨씬 절망적인 사태가 시작되리라. 미가 저쪽에 있고, 내가 이쪽에 있는 사태. 이 세상이 계속되는 한 변함없을 사태...'

패전은 나에게 있어서 이러한 절망의 체험 그 자체였다. 지금도 내 앞에는, 8월 15일의 불길과도 같은 여름 햇빛이 보인다. 모든 가치가 붕괴되었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나의 내부에서는 그와 반대로, 영원이 잠에서 깨어나 소생하여 그 권리를 주장하였다. 금각이 그곳에 미래에도 영구히 존재하리라는 사실을 말해 주는 영원.

하늘에서 내려와, 우리들 뺨에, 손에, 배에 달라붙어서, 우리를 묻어 버리는 영원. 이 저주스러운 것... 그렇다. 주위의 산에서 들리는 매미소리에서도, 전쟁이 끝나던 날, 나는 이 저주와도 같은 영원을 들었다. 그것이 나를 금빛의 흙벽 속에 매장시켜 버렸다.

그날 밤에는 취침 독경에 앞서서, 특별히 천황의 안전을 기원하고 전몰자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기나긴 독경이 있었다. 전쟁이 시작된 이래로, 각 종파들은 간략한 가사를 사용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그날 밤 특별히, 노사는 한동안 간직해 두었던 붉은 줄의 가사를 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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