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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행은 어딘지 서글픈 느낌이 들었다. 마이즈루 선은 니시마이즈루로부터, 마구라, 우에스기 등의 작은 역들에 정거한 후, 아야베를 지나 교토로 향하는 선으로, 객차는 지저분하였고, 호즈 골짜기 주변의 터널이 많은 곳에서는 매연이 가차없이 차내로 불어 들어와, 그 숨막히는 연기 때문에 아버지는 몇 번이고 심하게 기침을 했다.

승객은 해군에 관계되는 사람들이 많았다. 3등 칸은, 하사관, 해군 사병, 기능공, 해군에 면회 다녀오는 가족들로 만원이었다.

나는 창 밖의 뿌연 봄하늘을 보았다. 아버지의 국민복 가슴에 걸쳐진 가사를 보고, 혈색이 좋은 젊은 하사관들의 금단추가 퉁겨질 듯한 가슴을 보았다. 나는 그 중간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머지않아 성년이 되면 나도 군에 징집당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설령 군인이 되더라도, 눈앞의 하사관들처럼 역할에 충실히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나는 두 종류의 세계에 양 다리를 걸치고 있었다.

나는 아직 이토록 젊지만, 보기 흉하고 완고하게 생긴 이마 속에서, 아버지가 관장하는 죽음의 세계와 젊은이들이 속한 삶의 세계가 전쟁을 매개로 하여 연결되고 있음을 느꼈다. 나는 그 이음새가 되리라. 내가 전사해 버리면, 눈앞에 있는 이 갈림길의 어느 쪽으로 가건, 결국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판명될 것이다 나의 소년 시절은 희미한 빛으로 흐려져 있었다. 캄캄한 그늘의 세계가 두렵기도 했지만, 대낮처럼 뚜렷한 인생도 내 것이 아니었다.

심하게 기침하는 아버지를 돌보는 한편으로, 나는 이따금 호즈천을 창 밖으로 보았다. 그것은 화학 실험에서 사용하는 황산 구리처럼 칙칙한 군청색이었다.

터널을 빠져나올 때마다 호즈 골짜기는 선로에서 멀어지기도 하고, 또한 의외로 가까이 다가오기도 하면서, 매끄러운 바위에 둘러싸여, 그 군청색 물결이 요란스럽게 소용돌이치기도 했다.

아버지는 흰쌀로 만든 주먹밥 도시락을 차안에서 펼치기를 부끄러워하였다.

"암시장에서 사 온 쌀이 아니야. 단가(역자주:절에 시주하는 사람의 집)의 성의니까, 고맙게 먹으면 되지."

주위에 들리도록 그렇게 말하고 먹었지만, 아버지는 그다지 크지도 않은 주먹밥 하나를 드는 것이 고작이었다.

나에게는 이 검정투성이의 낡은 열차가, 도회지로 향하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이 기차는 죽음의 역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는 듯이 여겨졌다. 그러고 보니 터널을 지날 때마다 차 안에 가득한 연기에서 화장터냄새가 풍겼다.

...하지만 역시 녹원사 정문 앞에 섰을 때, 내 가슴은 두근거렸다. 이제부터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보게 된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고, 산들은 뿌연 안개로 덮여 있었다. 관람객 몇 명이 우리 부자를 전후하여 문안으로 들어섰다. 왼편의 종루 주위에는 철 지난 꽃을 피운 매화 숲이 있었다.

아버지는, 커다란 상수리나무 앞에 있는 본당의 현관에 서서 안내를 청하였다.

주지는 손님을 접대하고 있으니 20∼30분 기다려 달라는 것이었다.

"그 사이에 금각을 돌아보고 오자."

하고 아버지가 말했다.

아버지는 아마도 안면만 갖고 무료로 참관문을 들어서는 모습을, 자식인 나에게 보여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입장권을 파는 사람도, 참관문에서 검표하는 사람도, 10여 년 전에 아버지가 자주 들렀던 때의 사람들과는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이 다음에 올 때는, 또 바뀌어 있겠지."

하고 아버지는 쓸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이 다음에 올 때'를, 이미 아버지가 확신하고 있지 않음을 나는 느꼈다.

하지만 나는 일부러 소년답게--나는 이런 때만, 고의적인 연기를 할 때만, 소년다웠다--명랑하게 앞장서서 달음질치듯이 갔다. 그리하여 그토록 꿈에 그리던 금각은 너무도 싱겁게 내 앞에 그 전모를 드러내었다.

나는 연못의 이쪽에 서 있었고, 금각은 연못 건너편의, 기울기 시작하는 햇빛에 그 정면을 드러내고 있었다. 수청은 왼쪽 저 건너에 절반 가려져 있었다. 물풀 잎사귀가 드문드문 떠 있는 연못에는, 금각의 정교한 투영이 비치어, 그 투영이 오히려 완전한 모습으로 보였다. 연못 물에 반사된 석양이 각층의 추녀 밑에서 아른거리고 있었다. 원근법을 파장시킨 그림처럼 고압적인 금각은, 몸을 약간 뒤로 젖힌 듯한 느낌을 주었다.

"어때, 멋있니 않아? 일층을 법수원, 이층을 조음동, 삼층을 구경정이라고 하지."

병환으로 메마른 아버지의 손은 내 어깨에 놓여 있었다.

나는 이리저리 각도를 바꾸어, 혹은 고개를 기울여 바라보았다. 아무런 감동도 일지 않았다. 그것은 낡고 거무튀튀하며 초라한 3층 건물에 지나지 않았다.

꼭대기의 봉황도, 까마귀가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아름답기는커녕 부조화하고 불안정한 느낌마저 들었다. 미라는 것은 이토록 아름답지 않은 것일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만약 재가 겸허하고 공부를 좋아하는 소년이었더라면, 그토록 낙담하기 전에, 자신의 감상력이 부족함을 한탄했으리라. 하지만 내 마음이 그토록 아름다움을 기대하였던 대상으로부터 배신당한 고통은, 다른 어떠한 반성조차도 빼앗아 버렸다.

나는 금각이 그 미를 숨기고, 무언가 다른 물체로 둔갑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미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하여,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일도 있을 수 있다.

좀도 금각에 접근하여, 내 눈에 추하게 느껴지는 장애물을 제거하고, 하나하나 세부를 점검하여, 미의 핵심을 이 눈으로 보아야 한다. 내가 눈에 보이는 미만을 믿고 있었던 이상, 이러한 태도는 당연하였다.

하편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조심스럽게 법수원의 툇마루로 올라섰다. 나는 우선 유리 상자에 들어 있는 정교한 금각의 모형을 보았다. 이 모형은 내 마음에 들었다. 이쪽이 오히려 내가 꿈에 그리던 금각에 가까웠다. 그리고 커다란 금각의 내부에 이토록 똑같은 모양의 작은 금각이 들어 있는 모습은, 대우주 속에 소우주가 존재하는 듯한, 무한한 대응을 연상시켰다. 비로소 나는 상상할 수 있었다. 이 모형보다도 훨씬 작은, 그러면서도 완전한 금각과, 실제의 금각보다도 무한히 커다란, 마치 세계를 감쌀 듯한 금각을.

하지만 내 발은 언제까지고 모형 앞에만 멈추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어서 아버지는 유명한 국보인 요시미쓰상 앞으로 나를 안내하였다. 그 목상은 요시미쓰가 삭발하고 난 후의 이름, 로쿠온 인도노 요시미쓰의 상이라고 불렀다.

그것도 나에게는 검게 그을린 기묘한 우상으로 모였을 뿐 아무런 아름다움도 느낄 수 없었다. 이어서 2층의 조음동에 올라가, 가리노 마사노부(역자주:무로마치 시대의 화가)가 그렸다는 천인주악의 천장화를 보고, 꼭대기의 구경정에 구석구석 남아 있는 초라한 금박의 흔적을 보았으나,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나는 가느다란 난간에 기대어 멍하니 연못 위를 내려다보았다. 연못은 석양을 받아, 녹슨 고대의 구리와도 같은 표면에, 금각의 그림자를 단정하게 드리우고 있었다. 물풀보다도 훨씬 밑에 저녁 하늘이 비치고 있었다. 그 저녁 하늘은 우리들의 머리 위에 있는 하늘과는 달랐다. 그것은 청명하며, 석양을 가득 받아, 아래로부터, 내부로부터, 이 지상의 세계를 통째로 삼키고 있었기에, 금각은 그 속에 검게 녹슨 거대한 순금의 닻처럼 가라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