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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인 다야마 도센 스님은 아버지와 선당 시절의 친구였다. 도센 스님과 아버지는 3년에 걸친 선당 생활을 경험하였으나, 두 사람은 그 동안에 기거를 같이 한 사이였다. 두 사람은 역시 요시미쓰가 건립한 상국사의 전문 도량에, 전통적인 옥외 기거와 문간방 기거의 절차를 밟아 입문하였다. 뿐만 아니라, 훗날 도센 스님이 기분 좋을 때 한 이야기지만, 아버지와는 이러한 고생만 같이 한 것이 아니라, 취침 시간 후에 담을 넘어 유곽에 드나드는 재미를 같이 본 사이이기도 했다.

우리 부자는 금각 구경을 끝내고 다시 본당의 현관을 찾아갔다. 길고 널찍한 복도를 지나, 유명한 육주송이 있는 정원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대서원의 주지 방으로 안내되었다.

나는 학생복의 무릎을 공손히 꿇고 긴장하여 앉아 있었지만, 아버지는 여기에 오자 갑자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아버지와 이곳의 주지와는, 같은 출신이라도 풍채가 전혀 달랐다. 아버지는 병들어 쇠약하며, 초라한 인상에 까칠까칠한 피부를 하고 있는 반면, 도센 스님은 마치 분홍빛 과자처럼 보였다.

스님의 책상 위에는 화려한 절간답게, 각지에서 보내온 소포나 잡지류, 책, 편지 등이, 개봉도 되지 않은 채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스님은 통통하게 살찐 손끝으로 가위를 집더니 소포 하나를 능숙하게 벗겼다.

"도쿄에서 보내온 과자야. 요즈음, 이런 과자는 드물지. 가게에서는 팔지 않고, 군이나 관청에만 납품한다더군."

우리는 차를 마시며,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는 서양 과자 같은 것을 먹었다.

긴장하면 긴장할수록, 가루가 자꾸만 나의 번질거리는 검정색 바지의 무릎 위로 떨어졌다.

아버지와 주지는, 군이나 관료가 신사만 중시하고 절을 경시하며, 경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압박까지 하는 데 분개하고는, 앞으로의 절간 경영은 어떤 식으로 해 나갈 것인가 등의 논의를 하였다.

주지는 통통한 체구에, 물론 주름도 있었지만, 주름 하나하나의 속까지도 청결히 씻겨 있었다. 동그란 얼굴에 코가 유달리 길어서, 흘러내린 수액이 응고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한 얼굴과는 달리, 깎아 올린 머리 모양은 위엄이 있었으며, 정력이 머리에 몰려 있는 듯하여, 머리만이 무척 동물적인 느낌을 주었다.

아버지와 주지의 화제는, 승당 시절의 추억담으로 옮겨갔다. 나는 정원의 육주송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거송의 가지가 낮게 뒤엉키며 배 모양을 이루어, 뱃머리 쪽의 가지만이 일제히 높게 솟아 있는 나무였다. 폐문 시간이 다 되어 단체 관람객이 들어온 듯, 담 너머로 금각 쪽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발소리도 목소리도, 봄날의 해질 무렵의 하늘에 흡수되어, 소리가 예리하게 들리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고 원만하게 들렸다. 발소리가 또한 썰물처럼 멀어져 가는 것이, 과연 지상을 거쳐가는 중생의 발소리라고 여겨졌다. 나는 저물어 가는 석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금각 꼭대기의 봉황을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이 아이를 말일세... 하고 말하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고, 나는 아버지 쪽을 돌아다보았다. 어둠이 짙어진 실내에는 내 장래가 아버지로부터 도센 스님에게로 위탁되고 있었다.

"나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으니, 그때에는 저 아이를 말일세."

도센 스님은 과연 형식적인 위로의 말 따위는 하지 않았다.

"알겠네. 책임지지."

놀랍게도, 그 후로 두 사람의 흥겨운 대화는, 여러 명승들의 임종에 얽힌 일화였다. 어떤 명승은 '아아, 죽고 싶지 않아'라고 말하며 죽었고, 어떤 명승은 괴테처럼 '좀더 빛을'이라며 죽었고, 어떤 명승은 죽는 순간까지도 절의 돈 계산을 하였다는 것이다.

약석이라고 불리는 저녁 식사를 대접받고, 그날 밤은 절에서 묵기로 하였다.

저녁 식사 후 나는 아버지를 졸라서 다시 한 번 금각을 보러 갔다. 달이 떠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주지와의 오랜만의 대면에 흥분하여 무척 피곤해 있었지만, 금각이라는 말을 듣자, 숨을 헐떡이며 내 어깨를 잡고 따라왔다. 달은 후도 산 언저리에서 떠올랐다. 금각은 뒤쪽으로부터 달빛을 받아 검고 복잡한 그림자를 겹겹이 드리운 채 조용하였고, 구경정의 화두창 틀만이 달의 매끄러운 그림자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구경정에는 벽이 없었기에, 그곳에는 희미한 달빛이 살고 있는 듯이 여겨졌다.

아시하라 섬의 그늘에서 밤새가 소리치며 날아올랐다. 나는 내 어깨에 아버지의 여위어 가늘어진 손의 무게를 느끼고 있었다. 그 어깨에 눈을 주었을 때, 달빛의 조화로, 나는 아버지 손이 백골로 변하여 있는 모습을 보았다.

* * *

그토록 실망을 주었던 금각도, 야스오카에 돌아온 후 나날이 내 마음 속에서 다시 아름다운 금각이 되었다. 어디가 아름답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몽상에 의하여 성장한 것이 일단 현실의 수정을 거쳐, 오히려 몽상을 자극하게 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미 나는 눈에 보이는 풍경이나 사물에서 금각의 환영을 좇지 않게 되었다.

금각은 점차로 깊숙히, 견고하게, 실재하게끔 되었다. 그 기둥 하나하나, 화두창, 지붕, 꼭대기의 봉황 등도, 손으로 만지듯이 선명히 눈앞에 떠올랐다. 섬세한 세부와 복잡한 전모는 서로 상응되어, 음악의 한 소절을 떠올리면 그 전체가 흘러나오듯이, 어느 한 부분을 집어 내어 보아도 금각의 전모가 울려퍼졌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금각이라고, 아버님이 말씀하신 것은 정말입니다."

하고 처음으로 나는 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다. 아버지는 나를 숙부 집에 데려다 놓고는 곧바로 쓸쓸한 곶의 절간으로 떠나 버렸다.

곧 이어, 어머니에게서 전보가 왔다. 아버지는 심한 객혈을 하고 죽은 것이다.

제2장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하여 나의 진정한 소년 시절은 끝났으나, 자신의 소년 시절에 인간적인 관심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에 나는 놀랐다. 그리고 이 놀라움은, 아버지의 죽음을 내 자신이 조금도 슬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놀라움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일종의 무력한 감회로 변하였다.

내가 달려갔을 때, 아버지는 이미 관 속에 누워 있었다. 왜냐 하면, 우치우라까지 도보로 가서, 그곳에서 배를 타고 해안을 따라 나리우로 돌아가는 데에는 하루 종일 걸렸기 때문이다. 계절은 장마 직전의 불볕같이 더운 나날이었다. 내가 대면하고 나면 곧바로 관을 황량한 곶의 화장터로 옮긴 후, 바닷가에서 화장시키기로 되어 있었다.

시골 절간 주지의 죽음이란 특이한 느낌을 준다. 너무도 적절하기에 특이하다.

아버지는 소위 그 지방의 정신적인 중심임과 동시에, 단가 사람들 모두의 생애에 대한 후견인이기도 하며, 그들의 사후를 위탁받은 사람이기도 했다. 그러한 아버지가 절에서 죽었다. 그것은 마치, 직무를 너무도 충실히 수행하였다는 감명을 주었기에, 죽는 방법을 가르치며 다니던 사람이 손수 실연하다가 잘못하여 죽은 것 같은, 일종의 과실이라는 느낌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