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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아버지의 관은, 용의주도하게 준비된 곳에 맞추어 넣은 듯이, 너무도 그럴싸한 느낌이 들게끔 놓여 있었다. 어머니와 나이 어린 중과 단가 사람들이 그 앞에서 울고 있었다. 나이 어린 중의 더듬거리는 독경도, 어쩐지 관 속에 있는 아버지의 지시에 따르고 있는 느낌이었다.

아버지의 얼굴은 초여름의 꽃들에 묻혀 있었다. 꽃들은 여전히 기분 나쁠 정도로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꽃들은 우물 속을 들여다 보고 있는 듯했다. 왜냐 하면, 죽은 사람의 얼굴은 살아 있는 사람의 얼굴이 지니고 있던 존재의 표면으로부터 무한히 함몰되어, 우리들을 향하고 있던 탈의 테두리 같은 것만을 남기고, 두 번 다시 끌어올릴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곳에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물질이 얼마나 우리들로부터 멀리 존재하며, 그 존재 방법이 얼마나 우리들로부터 소원한가 하는 점을, 죽은 사람의 얼굴처럼 여실히 설명해 주는 것은 없었다. 정신이 죽음에 의하여 이토록 물질로 변모함으로써, 비로소 나는 그러한 국면에 접하게 되었으나, 지금 나에게 서서히, 5월의 꽃들이라든지, 태양, 책상, 학교 건물, 연필...그러한 물질이 어째서 그토록 나에게 서먹서먹하고, 나로부터 먼 거리에 존재하는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편, 어머니와 단가 사람들은 나와 아버지와의 마지막 대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 대면이 암시하는, 살아 있는 자들이 속한 세계의 유추를, 나의 완고한 마음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면이 아니라, 나는 단지 죽은 아버지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시체는 다만 보여지고 있었다. 나는 다만 보고 있었다. 본다고 하는 것, 평소에 아무런 의식도 없이 하고 있는 대로, 본다고 하는 것이, 이토록 살아 있는 자의 권리의 증명이며, 잔혹함의 표시일 수도 있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참신한 체험이었다. 큰 소리로 노래 부르는 일도 없고, 소리치며 뛰어다니지도 않는 소년은, 이런 식으로 자신의 생을 확인하는 방법을 배웠다.

비굴한 점이 많은 나였지만, 그때, 조금도 눈물에 젖지 않은 밝은 얼굴을 단가 사람들에게 보이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절은 바다에 임한 절벽 위에 있었다. 조문객들의 뒤쪽으로는 여름철의 뭉게구름이 일본해 저편을 가로막고 있었다.

발인 전의 마지막 독경이 시작되자, 나는 거기에 참가했다. 본당은 어두웠다.

기둥에 걸린 깃발, 내진 중인방의 장식, 향로나 꽃병 따위가, 등불의 깜박이는 빛을 받으며 반짝이고 있었다. 이따금 바닷바람이 불어 들어, 내 승복의 소매를 부풀게 했다. 나는 독경을 하고 있는 자신의 눈가에, 강렬한 빛을 머금고 있는 여름날의 구름 모습을 끊임없이 느끼고 있었다.

끊임없이 내 얼굴의 한쪽에만 퍼붓는 그 엄청난 빛. 눈부신 그 모멸...

--장례 행렬이 화장터의 한두 구역 앞까지 다다랐을 무렵, 우리들은 돌연히 비를 만났다. 마침 인심 좋은 단가의 앞이었기에, 관과 함께 모두가 비를 피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일행의 비옷을 장만하고, 관에는 기름종이를 덮어서 화장터로 옮겼다.

그곳은 마을 남동쪽으로 불쑥 내민 곳의 밑부분으로, 돌멩이투성이의 조그만 해변이다. 그곳에서 태우는 연기는 마을 쪽으로 번지지 않기에, 옛날부터 그곳이 화장터로 사용되어 온 모양이다.

바위가 많은 그곳 해안은 파도가 유달리 거세다. 파도가 동요하며 부풀어 부서지려는 사이에도, 불안한 수면에는 끊임없이 빗발이 내리치고 있었다. 광택이 없는 빗발은 심상치 않은 해면을 냉정히 꿰뚫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바닷바람이 이따금 빗발을 황량한 암벽에 몰아붙였다. 하얀 암벽은 먹물을 흩뿌려 놓은 듯이 검게 변하였다.

우리들은 터널을 빠져나와 그곳에 도착하여, 인부들이 화장 준비를 하는 동안, 터널 속에서 비를 피하였다.

바다 경치라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파도와, 젖어 있는 검은돌과, 비뿐이었다. 기름을 발라 윤기가 나는 관의 나뭇결은 비를 맞고 있었다.

불이 붙여졌다. 배급받은 기름이 주지의 죽음을 위하여 충분히 준비되어 있었기에, 불은 오히려 빗발을 거역하여, 채찍질하는 소리를 내며 타올랐다.

대낮의 불길이 엄청난 연기 속에서, 투명한 모습으로 뚜렷이 보였다. 연기는 탐스럽게 겹쳐지면서 조금씩 벼랑 쪽으로 밀려가, 어느 틈엔가, 빗속 한가운데에 불길만이 단정한 모습으로 일고 있었다.

나는 곁에 있는 어머니를 보았다. 어머니는 염주를 양 손으로 잡고 서 있었다.

그 얼굴은 몹시 경직되어, 손바닥 안에 들어갈 정도로 단단히 응고되어 작게 보였다.

* * *

아버지의 유언대로 나는 교토로 가서 금각사의 도제가 되었다. 그때 주지 밑에서 득도하였다. 학비는 주지가 내어 주고 그 대신에 청소를 하거나 주지의 잔심부름 따위를 하게 되었다 일반 가정의 서생과 같은 것이다.

절에 들어와 곧바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성질이 까다로운 사감은 군에 가고, 절에는 노인과 아주 젊은 사람밖에 없었다. 여기에 오니, 여러 가지 점에서 나는 일단 안심할 수 있었다. 일반 중학교처럼, 중놈 자식이라고 놀려 대는 일도 없고, 이곳에는 같은 처지의 사람들만 있으니까... 나는 말더듬이에다가, 남들보다 약간 추하게 생겼다는 점만이 달랐다.

히가시마이즈루 중학교를 중퇴하고 다야마 도센 스님의 주선으로 린자이 학원 중학교로 전학하게 된 나는, 한 달도 안 있으면 시작되는 가을 학기부터 전학한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하지만 학교가 시작되면 어차피 곧바로 어딘가의 공장에 근로 동원 되리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지금 내 앞에는 새로운 환경에서의, 몇 주일간의 여름 방학이 남아 있었다. 상중의 여름 방학, 쇼와 19년(1944)의 전쟁 말기에 처한 기묘하게도 조용한 여름 방학... 절간의 도제 생활은 규칙 있게 지냈으나, 나에게는 그것이 최후의 절대적인 휴가였던 것으로 여겨진다. 당시의 매미 울음소리도 역력히 들린다.

...수개월 만에 보는 금각은, 늦여름의 햇빛 속에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나는 득도 때에 깍은 푸르스름한 머리를 하고 있었다. 공기가 머리에 착 달라붙어 있는 듯한 그 감각, 그것은 자신이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얇고 민감하며 연약한 피부 한 겹을 경계로, 외계의 사물과 접하고 있다는 기묘하고 위험한 감각이다.

그러한 머리로 금각을 올려다보니, 금각은 내 눈에만이 아니라, 머리에도 스며들 듯이 여겨졌다. 그 머리가 햇볕에 뜨거워지고, 저녁 바람에 선선하여지는 것처럼.

'금각이여. 마침내 네 곁에 와서 살게 되었구나.' 하고 나는 빗자루를 든 손을 멈추고 마음 속으로 중얼거릴 때가 있었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도 좋으니, 언젠가는 나에게 친근감을 보여 주고, 나에게 너의 비밀을 알려 다오. 너의 아름다움은, 지금 당장에라도 확실히 보일 것 같으면서, 아직 보이지 않는구나. 내 마음 속에 그리는 금각보다도, 실물이 훨씬 아름답게 보이도록 해 다오. 그리고 만약에, 네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면, 어째서 그토록 아름다운가, 어째서 아름다워야 하는가를 말해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