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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의 금각은, 잇달아 비보가 날아드는 전쟁의 어두운 상황을 재물로, 한결 생생히 빛을 발하는 것처럼 보였다. 6월에는 이미 미군이 사이판에 상륙하였고, 연합군은 노르망디의 벌판을 질주하고 있었다., 관람객의 숫자도 눈에 띄게 줄어들어, 금각은 이 고독, 이 정적을 즐기고 있는 듯이 보였다.

전란과 불안, 수많은 시체와 엄청난 피가, 금각의 미를 풍족하게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원래 금각은 불안이 세운 건축, 한 사람의 장군을 중심으로 수많은 어두운 마음의 소유자들이 세운 건축이었던 것이다. 미술사가 양식의 절충밖에 발견하지 못한 3층의 부조화한 설계는, 불안을 결정화할 양식을 추구하여, 자연히 그렇게 만들어진 것임이 틀림없었다. 만약 금각이 하나의 양식으로 세워진 건축이었더라면, 그 불안을 포섭하지 못하고 일찌감치 붕괴되어 버렸으리라.

...그렇다 하더라도, 빗자루를 쥔 손을 멈춘 채 몇 차례고 금각을 우러러보는 나에게는, 그곳에 금각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신기하였다. 언젠가처럼, 단 하룻밤, 아버지와 함께 여기를 찾아왔들 때의 금각은, 오히려 이런 느낌을 주니 않았건만, 앞으로 오랜 세월을 살아가는 동안, 언제나 금각이 내 눈앞에 있으리라고 생각하니, 믿기 어려운 심정이었다.

마이즈루에서 생각하면, 금각은 교토의 한구석에 항상 있는 것처럼 여겨졌었으나, 여기에 살게 되자, 금각은 내가 볼 때만 내 눈앞에 나타나고, 본당에서 밤잠을 자거나 할 때에는, 금각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때문에, 나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금각을 구경하러 가서, 동료 도제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나에게는 아무리 보아도, 그곳에 금각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신기하여, 일단 구경한 다음 본당 쪽으로 돌아가다가, 갑자기 몸을 돌려서 다시 한 번 보려고 하면, 금각은 에우리디케(역자주: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나무의 요정)처럼, 모습이 홀연히 사라져 없어졌을 것 갖은 느낌이 들었다.

일단 나는 금각 주번의 청소를 끝내고, 서서히 열기를 더해 가는 아침 햇살을 피하여 뒷산에 들어가, 석가정으로 향하는 오솔길을 올라갔다. 개원 전이었기에, 사람 그림자라곤 아무 데도 없었다. 아마도 마이즈루 항공대 소속인 듯한 전투기 일개 편대가, 금각 위를 아주 저공으로, 짓누르는 듯한 굉음을 남기며 지나갔다.

뒷산 안쪽에, 잡초가 부성하고 쓸쓸한, 안민택이라는 못이 있었다. 그 못 가운데에 작은 섬이 있고, 백사총이라 불리는 5층 석탑이 하나 서 있다. 그 주변의 아침은,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시끄러우나, 새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숲 전체가 지저귀고 있는 듯하였다.

연못 바로 앞에는 여름 풀이 무성하였다. 오솔길은 낮은 울타리로 그 풀숲과 구분되어 있었다. 그곳에 하얀 셔츠의 소년이 누워 있었다. 옆쪽의 조그만 단풍나무에는 갈퀴가 기대어 세워져 있었다.

소년은 그 주위에 감도는 여름날 아침의 고요한 공기를 도려 낼 듯한 기세로 몸을 일으켰으나, 나를 보더니,

"뭐야, 너니?"

하고 말했다.

쓰루카와라는 그 소년과는 간밤에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쓰루카와의 집은 도쿄 근교의 유복한 절이라, 학비도 용돈도 식량도 풍족히 집에서 받으며 단지 도제 생활을 맛보게끔, 주지의 연고로 금각사에 맡겨져 있었다. 여름 방학에 귀성했다가, 일찌감치 간밤에 돌아온 것이다. 또박또박한 도쿄 말투로 이야기하는 쓰루카와는, 가을부터 린자이 학원 중학교에서 나와 같은 반에 들어가도록 되어 있었으나, 그 빠르고 쾌활한 말투가 간밤에 이미 나를 주눅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도, "뭐야, 너니?"라는 말에, 내 입은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나의 무언이 그에게는 일종의 비난처럼 여겨진 모양이었다.

"괜찮아, 그렇게 열심히 청소하지 않아도. 어차피 관람객들이 오면 더러워질 거고, 게다가 관람객 숫자도 적으니까."

나는 빙긋 웃었다. 이렇게 내가 무의식적으로 흘리는 쓸데없는 웃음이, 일부 사람들에게는 친근감을 주는 계기가 되는 모양이다. 나는 그런 식으로, 언제나 자신이 남에게 주는 인상을 일일이 책임질 수는 없었다.

나는 울타리를 넘어가, 쓰루카와 곁에 앉았다. 다시 주운 쓰루카와의 머리에 베인 팔은, 바깥쪽은 상당히 햇볕에 그을었지만, 안쪽은 정맥이 드러나 보일 정도로 하앴다. 그곳에 나무 사이로 비치는 아침 햇살이, 풀잎의 엷고 푸른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나는, 이 소년이 아마도 나만큼은 금각을 사랑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금각에의 집념을, 오로지 자신의 추한 모습 탓으로 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며?"

"응."

쓰루카와는 재빨리 눈동자를 움직이며, 소년다운 추리에 열중하는 기색을 감추지 않고, "네가 금각을 정말로 좋아하는 건, 그걸 보면, 아버지 생각이 나기 때문이니? 가령 아버님이 금각을 아주 좋아하셨다든지 말이야."

절반 맞은 이 추리도, 나의 무감동하게 생긴 얼굴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못했다고 느낀 나는, 그것이 약간 기뻤다. 쓰루카와는 인간의 감정을, 곤충 표본 만들기를 좋아하는 소년이 곧잘 그러하듯이, 자기 방의 잘 정돈된 서랍에 가지런히 분류해 놓고는, 때때로 그것을 꺼내어 그 자리에서 살펴보는 따위의 취미가 있는 듯했다.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몹시 슬펐겠지? 그래서 넌 슬픈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거로구나. 어젯밤의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거든."

이런 말을 들으니, 나는 아무런 반발심도 느끼지 않고, 자신이 쓸쓸해 보였다는 상대방의 감상으로부터 일종의 안심과 자유를 획득하여, 말이 거침없이 나왔다.

"별로 슬플 건 없어."

쓰루카와는 성가실 정도로 긴 속눈썹을 올려서 이쪽을 모았다.

"그래? 그럼 넌, 아버님을 미워했니? 아니면 싫어했니?"

"미워한 것도 아니고, 싫어하지도 않았어..."

"그래? 그렇다면 어째서 슬프지 않니?"

"어쩐지, 그래."

"모르겠군."

쓰루카와는 난문에 봉착하여, 풀 위에 다시 일어나 앉았다.

"그렇다면, 그 밖에 더 슬픈 일이라도 있었던 모양이지?"

"뭔지, 몰라."

하고 나는 말했다. 말하고 나서, 나는 남에게 의문이 일게 만드는 것을 어째서 좋아하는지 반성하였다. 내 자신에게 있어서 그것은 의문도 아무것도 아니다.

자명한 사실이다. 내 감정에도, 말더듬 증세가 있었던 것이다. 내 감정은 언제나 시기를 놓쳐 버린다. 그 결과,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사건과, 슬픔이라는 감정이, 각기 다른, 고립된, 서로 연결되지 않고 서로 침범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진다.